정책기고No.09, 2023/05

전문연구기관, 첨단 국방과학기술의 민간 거점으로 활용하자 유형곤 정책연구센터장
hgryu@kidet.or.kr, (사)한국국방기술학회

들어가는 말

  국방분야 전문연구기관은 「방위사업법」에 근거하여 방위산업물자와 관련된 연구개발 등을 수행하거나 방산업체 경영분석 또는 방위산업 관련 S/W 개발을 위해 방사청으로부터 위촉을 받은 기관을 말한다.

  전문연구기관 위촉 제도는 국내 방위산업 초창기인 지난 1973년 제정된 「(구)군수조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군수특조법”이라 함)에 최초로 근거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이제 도입된 지 50년이 경과한 매우 전통적인 제도이다. 하지만 본 제도는 1983년부터는 「(구)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 2006년부터는 「방위 사업법」에 근거를 두고 계속해서 명맥이 유지 되고는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다.

  최근 범 국가적으로 우수 민간산학연의 연구역 량을 국방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인 바 이제는 전문연구기관 위촉 제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본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본 원고에서는 우선 전문연구기관 제도 운영현황과 근거를 살펴보고 최근의 정책기조에 따라 본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전문연구기관 위촉 제도, 지난 5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현재의 “전문연구기관”이라는 명칭은 지난 2006년 제정된 「방위사업법」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다. 원래 지난 1973년 제정된 군수 특조법에서는 “연구기관”이라는 명칭으로 반영되었고, 그 정의도 현재보다 단순화되어 있었다.

  1973년에는 “연구기관”은 군수물자의 연구, 개발, 측정 및 기기 제작 또는 검정하는 기관으로서 정부가 위촉한 기관으로 정의되었는데, 1977년에는 시험 또는 경영분석하는 기관도 추가되었고, 1987년에는 방산물자의 시험 등을 위한 기계·기구의 제작·검정, 방산업체 경영 분석 또는 방위산업 관련 S/W 개발 등 위촉 대상기관 범주가 더욱 구체화되고 확대되었다. 그 후 지난 2006년 제정된 「방위사업법」에서는 위촉 주체가 정부에서 방위사업청으로 구체화되고 명칭도 “전문연구기관”이라는 변경되었지만 그 정의는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현재는 연구기관 중 전문연구기관이 아닌 기관을 일반연구기관으로 다시 세분화하여 정의하고 있지만 일반 연구기관을 별도로 위촉하는 제도는 운영되고 있지 않다.

<표 1> 전문연구기관 정의의 변천 내역

군수특조법(1973.2.17. 제정) 군수특조법(1977.7.23. 일부개정) 방산특조법(1987.11.28. 일부개정) 방위사업법(2006.1.2. 제정) 방위사업법(2022.2.3. 일부개정)
4. “연구기관”이라 함은 군수물자의 연구, 개발하거나 측정및 기기를 제작 또는 검정하는 기관으로서 정부의 위촉을 받은 기관을 말한다. 4. “연구기관”이라 함은 군수물자의 연구·개발·시험·측정· 기기의 제작 또는 검정과 경영분석을 하는 기관등으로서 정부의 위촉을 받은 것을 말한다. 4.“연구기관”이라 함은 방산물자의 연구·개발·시험·측정, 방산물자의 시험 등을 위한 기계·기구의 제작·검정, 방산 업체의 경영분석 또는 방위산업과 관련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위하여 정부의 위촉을 받은 기관을 말한다. 10.“전문연구기관” 이라 함은 방위산업물자의 연구개발ㆍ시험ㆍ측정, 방위산업 물자의 시험 등을 위한 기계ㆍ기구의 제작ㆍ검정, 방위산업체의 경영분석 또는 방위산업과 관련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위하여 방위사업청장의 위촉을 받은 기관을 말한다. 10. “전문연구기관”이라 함은 방위산업물자의 연구개발ㆍ시험ㆍ측정, 방위산업물자의 시험 등을 위한 기계ㆍ기구의 제작ㆍ검정, 방위산업체의 경영분석 또는 방위산업과 관련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위하여 방위사업청장의 위촉을 받은 기관을 말한다.

10의2. “일반연구기관”이란 전문연구기관이 아닌 연구기관을 말한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전문연구기관 위촉은 1973년 군수특조법이 최초 제정될 때부터 도입된 제도로서 현재 방산분야의 대표적인 육성제도인 방산물자·업체 지정제도와 함께 시행된 지 50년이 경과하였다. 그런데, 「방위사업법」이 제정되고 방사청이 개청된 지난 2006년 위촉기관은 23개였는데 2022.5월 기준 33개의 전문연구기관이 위촉받아 10개가 증가되었다. 지난 2006년 국방연구개발 예산이 1조595억원에 불과하였는데 2022년 4조 8,310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되었고 게다가 최근의 산학연 주관 기술개발사업 비중 확대와 민군기술협력 활성화 정책기조를 감안하면 지난 16년 간 10개만 증가된 것은 오히려 축소된 것이나 다름없다.

현 전문연구기관 위촉 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다.

  방사청은 민간기관이 보유한 방위사업 분야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문연구기관 위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연구기관으로 위촉된 기관이 제안한 핵심기술개발과제가 채택되면 해당기관과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병역법 상병역지정업체로도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표 2> 전문연구기관에 대한 주요 혜택 사례

혜택 항목 근거
전문연구기관이 제안한 핵심기술개발과제 채택 시 수의계약 허용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계약의 종류ㆍ내용 및 방법 등)
병역법 상 병역지정업체 선정 가능 병역법 제36조(병역지정업체의 선정 등)
방산물자 연구개발 또는 생산을 위해 정부·각 군이 기술지원 또는 생산지원 가능(비용은 전문연구기관 부담) 방위사업법 제41조(방위산업지원)
정부가 필요성 인정 시 ADD 시험평가 관련 시설·설비 및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하도록 허용 (상동)
방산물자의 생산·연구·시제품 생산을 위해 필요한 전용기기 또는 물품을 유상 또는 무상으로 대부 또는 양여 허용 방위사업법 제45조 (국유재산의 양여 또는 대부 등)

  하지만 정작 전문연구기관을 어떻게 활용하여 국방과학기술 역량 향상 또는 방위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방위사업법령」이나 방사청 훈령인 「전문연구기관 위촉 및 해지 규정」 등에는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단지 위촉 또는 해지에 관한 사항 위주로 수록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현재 전문연구기관 지정 단위는 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지정된 사례와 특화연구센터 단위로 지정된 사례가 혼재되어 있어서 일관성이 낮고, R&D형 기관 뿐만 아니라 산업연구원 등 정책·분석형 기관도 지정하고 있지만 정작 전문연구기관 관련 혜택은 방산물자 개발·생산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1973년 군수특조법 내 전문연구기관 위촉 근거를 신설한 목적을 감안하면 원래 민간의 역량을 국방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에도 방사청 출연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및 국방기술진흥연구소도 전문연구기관으로 위촉을 받았다.

  결국 전문연구기관 위촉 제도는 지난 1973년부터 제도는 도입되었으나 아직까지 본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여 국방과학기술 역량 향상 또는 방위산업 육성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사실상 제도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사문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전문연구기관을 특성화된 민간 국방기술축적 거점으로 운영해야

  최근 미래전장 양상과 국내·외 안보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미래 군사력 건설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민간의 우수 연구개발역량 및 보유기술을 국방분야에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21년 국방기술개발사업 내 정출연 주관 과제 트랙(Track)이 신설되었고, 최근 수립된 향후 5개년 간의 국가과학기술 분야 최상위계획인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도 국방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민간-국방 간 협업·교류을 활성화하고 민간 연구기관의 역할을 강화할 것임을 수록되어 있다.

  결국 정출연 및 대학 등 민간연구기관이 지속적으로 국방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하여 국방기술분야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시급한 현안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비록 국방핵심기술사업에서 산학연 주관 과제 비중을 정책적으로 늘려가고 있지만 실상은 각 과제별로 다양한 산학연 연구자들이 각자 산발적이고 단발성으로 제안, 수주하여 수행하는 양상이기 때문에 이들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특성화된 국방관련 기술을 개발하여 축적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방R&D사업에 산학연의 참여가 증가하더라도 국방기술을 축적하고 활용하는 거점은 여전히 ADD와 주요 방산업체에 국한된다.

  따라서 우수한 기술과 연구개발 자원을 상시보유하고 있는 전문연구기관이 지속적으로 국방R&D를 수행하도록 하여 국방기술을 축적하는 민간 거점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현행전문연구기관 위촉 제도를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이 시급하다. 즉, ADD가 종합적인 국방기술이 축적되는 거점이라면 전문연구기관은 각 주력 기술분야별로 특화된 민간의 국방기술개발거점으로 자리매김토록 활용하는 것이다.

[그림 1] 전문연구기관 기반 국방기술축적 거점의 민간 확대 이미지

현재(AS-IS) 향후(TO-BE)
• 국방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축적하는 거점이 ADD와 일부 방산업체에 국한
• 민간 연구기관은 개별 과제단위로 일정기간만 참여 단발성으로 참여하여 지속적 기술축적 곤란
• 민간 연구기관의 자발적인 국방기술 축적을 유인하기 위한 정보공개 및 국방기관과의 상시 협력활동 제한발생
• 민간 기술분야에 대한 전문연구기관 지정으로 기관 내 국방기술의 지속적 축적 여건 마련
• 전문연구기관과 국방관계기관 간 상시적인 기획협력, 기술교류 및 정보공유 활동 시행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문연구기관이 당해 지정된 기술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여 축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보강하되, 「방위사업법령」 및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령」 내 전문연구기관 위촉 뿐만 아니라 운영 및 활용에 관한 법적 근거도 신설한다. 그리고 방사청 「전문연구기관 위촉 및 해지 규정」내에 전문연구기관 지정기준·운영방식 및 활용방안 등에 관한 세부내용을 추가로 반영하여 「(가칭)전문연구기관 위촉, 운영 및 활용 규정」으로 전면 개정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 경우 전문연구기관 지정단위는 가급적 세부 기술분야별로 지정할 수 있도록 기관 전체가 아닌 기술개발 부서 단위로 지정하되, 향후전문연구기관이 국방기술역량 및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거점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특정 기술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 및 민간 정출연 등 비영리기관 위주로 지정하도록 운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연구기관에게 현재 제공되고 있는 혜택 이외에도 지정받은 당해 기술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 전담R&D예산과 방위력개선사업 관련 정보 등을 뒷받침하되 필요 시 전문연구기관이 국방연구개발사업으로 산출한 지식재산권도 전부 소유할 수 있도록 하여 우수 민간기관이 적극 참여토록 유인하는 것도 검토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위촉되어 있는 전문연구기관을 전면 재편해야 하는데 당초 R&D형 기관과 정책·분석형 기관은 성격과 위촉 목적이 매우 다르고, 최근 정책기조를 고려하면국방과학기술 역량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전문연구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R&D형 기관에 특성화되어 운영될 수 있도록 R&D 기관 이외 정책·분석형 기관은 전문연구기관 위촉 대상에서 제외한다. 만약 정부가 정책적으로 특정 정책·분석형 기관을 위촉·유지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면 별도의 위촉제도를 신설하는 것을 검토한다.

맺음말

  지난 1973년 전문연구기관 위촉 제도가 최초 도입된 시기에는 당시 범 국가적으로도 방위산업 기반과 국방기술 인프라가 매우 열악했기 때문에 특별히 정부가 연구기관을 위촉하여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 국가R&D 수행체계와 국방R&D 수행체계가 단절·이원화되어 운영됨으로써 민간 연구기관의 연구개발 역량과 인프라가 크게 확충되었음에도 국방분야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여 왔다.

  전문연구기관 위촉 제도가 「방위사업법령」에 근거가 마련되어 있고 최근 범 정부차원에서 적극 추진되고 있는 민간 우수기술역량·자원의 국방 활용체계를 단기간에 구현할 수 있는 매우 유망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부의 정책대상에서 소외되어 온 것이다.

  이제는 전문연구기관이 범 국가적인 연구개발역량과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들이 위촉받은 기술분야에 대해 국방기초·원천기술 개발과 축적,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민간 국방과학기술 거점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전면 재편하는 것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 본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한국국방기술학회의 공식적인 의견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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