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화력과 기동력 그리고 생존성의 세 가지 특성을 균형있게 발전시킨 지상전력의 핵심 체계로 적 전차를 격파하고 지상 위협을 제압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비이다. 시대나 전장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으나 전차는 개념적으로 지상전의 왕자라 지칭되며, 임무 수행을 위해 승무원의 생존성은 필수요건이다. 전장에서 대전차 무기체계의 발전에 따라 방호력 역시 상호 발전되는 추세지만, 장갑 구조물에 의한 방호력 증대는 전차의 중량 증가로 인해 제한적으로 발전되었으며, 부족한 방호력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반응장갑, 능동방호장비, 스텔스 기술 등의 새로운 방호개념들을 복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들 중 장갑 구조물은 생존 신뢰성이 가장 높은 전통적 방호장치이며 전투차량의 기본적인 방호수단으로써, 전차 개발 선진국들은 제한된 중량 증가 내에서 신소재를 이용한 장갑 구조물의 성능개량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장갑 구조물은 각국의 핵심기술로 취급되어 내용이 대부분 비공개로 되어있고 기술개발부터 전력화까지 수년에서 십수년의 기간이 소요됨을 고려할 때 우리 군 기갑 전력의 핵심인 K1전차 및 K1A1전차, K2전차의 성능개량시 적 위협 증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장갑 구조물의 방호력 성능개량도 반영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차의 생존성 확보를 위한 기본적인 개념은 ‘양파형 생존성’(그림 1. 참조)이라고 불리는 다층방호계획에서 확인할 수 있다.1) 기갑차량의 생존성 확보를 위한 요건으로,
-첫째, 적에게 탐지되기 전에 적을 파괴하여 공격당하는 기회를 차단하며,
-둘째, 적을 파괴하지 못했다면, 적에게 탐지되거나 표적이 되지 않아야 하고,
-셋째, 적에게 표적이 되었다면, 피탄되지 않아야 하며,
-넷째, 피탄되었다면, 관통되지 않아야 한다.
‘양파형 생존성’의 모든 방호층은 보호 대상에 대한 전반적인 생존성 확보에 기여하며, 기갑차량의 종류 및 각 국가의 운용개념에 따라 일부 층의 역할을 강조하거나 축소하여 채택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적의 위협에 노출되었을 경우 직접 관통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수단으로 다가오는 탄의 교란 및 제거를 위한 능동장갑, 피탄시 탄의 관통력 저하를 위해 추가적으로 부착하는 반응장갑, 최종적인 관통 저지를 위한 장갑 구조물 등이 있다.
(표 1. 참조) 피탄시 방호체계의 최종 저지선인 장갑 구조물은 생존성의 가장 근본적인 수단이지만 전차 전체 중량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고중량물이라는 단점이 있다. 장갑 구조물을 사용함에 따른 과도한 중량 증대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상대적 경량인 반응장갑이나 능동방호장치 등을 활용하고 있으나, 다양한 위협에 모두 대응하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보이는 단점이 있으며, 수동형 장갑 구조물의 방호력을 보완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구분 | 장치 | 장점 | 단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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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장갑2) | 장갑 구조물 | - 생존성 신뢰도 높음 - KE탄3), CE탄4)에 대응 가능 |
- 고중량 |
반응장갑 | - CE탄에 대응 효과 높음 - 상대적 경량 |
- KE탄에 대응 효과 미비 - 근접병사 상해 유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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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장갑5) | 능동방호 장치 | - 경량 - 미사일 등 저속/고위협 대응 가능 |
- 고속 KE탄에 대응 기술 미숙 - 생존 신뢰도 제한 |
전차의 초기 장갑 형태는 장갑 판재를 이용한 두께 증가, 형상 변화(경사) 등의 방식으로 방호력을 증가시켰으나, 다양한 대전차 무기의 위협 증대로 방호력 보강을 위한 장갑 판재의 두께를 증가시키는 방안은 전차의 중량과 체적을 함께 증가시킴으로써 기동성과 생존성 측면에서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70년대 중반 오늘날의 복합장갑 개념의 장갑 구조물을 최초로 개발하여 전차에 장착하고 운용하였으며, 수많은 연구개발을 통해 현재의 전차에는 다양한 이종소재를 조합한 형태인 복합장갑을 장착하여 방호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최근 전차의 개발추세는 독일의 Leopard2전차나 미국 M1전차, 이스라엘 Merkava전차 등 의 개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막대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는 신형 전차의 개발보다는 기존 전차의 성능개량을 통해 전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Leopard2 전차는 1979년 A0버전이 나온 이후 현재의 A7+버전까지 복합장갑의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방호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의 M1전차는 개발 초기부터 성능개량을 고려한 장기 프로젝트가 적용되어 현재의 M1A2 SEP계열 전차까지 다양한 신소재를 이용한 복합장갑을 개발하여 장착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장갑 방호력 증강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6)
한국의 주력전차는 1987년 전력화되기 시작한 K1전차에서 자체 개발한 K1A1전차를 거쳐 현재 K2전차가 전력화되고 있다. 현재도 한국의 주력전차들에 대한 여러 가지 성능개량사업들이 진행되고 있고, 방호체계 역시 성능 향상을 위해 탐지 회피 기술 및 능동방호장치, 반응장갑 등의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승무원의 생명을 담보해줄 주 장갑인 복합장갑의 성능개량과 관련된 사업은 K2전차의 개발이 끝난 2008년 이후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주력전차의 점유율은 여전히 K1계열 전차가 압도적이며, 현재 전력화 중인 K2전차의 전력화 수량도 예산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초기 배치계획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K1전차는 1980년대 후반 미국의 M1전차를 기반으로 국내 작전운용성능을 적용하여 설계되었으며, K1전차에 장착된 복합장갑은 미국 M1전차의 복합장갑을 기반으로 개발된 복합장갑을 직수입하여 장착하였다. 이후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K1전차의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K1전차를 K1E1전차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나, 장갑 방호력 개발은 고려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에 개발된 K1A1전차 역시 K1전차의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제작된 모델이지만, 주포를 105mm에서 120mm로 증대하여 화력증대에 주력하는 성능개량이었고, 방호력은 그동안 미국제 복합장갑 대신 국내 개발한 한국형 복합장갑(KSAP)을 장착하여 복합장갑의 미국 의존도에서 탈피하게 되었다.7) 이후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K1A1전차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현재 K1A2전차로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이나, 여기서도 방호력에 대한 성능개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K1계열 전차는 약 20~30년 전의 기술이 적용된 장갑을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은 전차의 화력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기존 천마호 전차의 성능개량형 및 폭풍호, 선군호 등의 신형전차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매년 대량으로 전력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8) 거론되고 있는 다양한 정보가 공개된 일부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추정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신형전차 전력화는 사실로 판단되며, 이러한 대전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용 주력전차인 K1계열 전차의 장갑 방호력 개선사업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K2전차의 방호력과 관련하여 장갑에 대한 부분은 보안상 비밀로 취급되고 있으며, 방호력은 동급 중량의 다른 전차들과 비슷하거나 우위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정도이다. 최소한 2003년 체계개발 당시 대북 위협에 대응 가능한 방호력을 갖도록 개발되었음은 분명하며, 추후 장갑 소재의 개량 가능성을 고려하여 복합장갑의 교체가 가능하도록 모듈형으로 개발된 특징이 있다.
K2전차는 터키전차 개발사업의 기술 수출 이후 최근 다양한 국가로의 K2전차 수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각 대상국은 자국의 지형 환경이나 운용개념에 맞는 다양한 성능개선을 요구할 것이며, 그 다양한 성능 중 대부분 국가에서 공통으로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자국 주변 국가들의 대전차 무기체계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방호체계 확보일 것이다. 하지만 개발 완료시점이 10년 이상 지난 K2전차의 장갑 방호력이 현재의 최신 대전차 무기체계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다양한 방호체계를 모두 장착하여 방호력을 보강해도 구매 대상국에서는 현재 K2전차보다 더 높은 장갑 방호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는 국내에서 K2전차의 장갑 방호력 성능개량과 관련된 소요는 아직 제기되고 있지 않으나, 개발 완료 시점이 이미 10년 이상 지났다는 점과 신소재 및 신기술을 적용한 장갑의 개발에도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됨을 고려할 때, 장갑 성능개량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이필요한 시점이며, K2전차의 수출을 위한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도 필수적인 개량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세계 주력전차들의 장갑과 관련한 정보 획득은 보안상의 이유로 극도로 제한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방호와 관련한 각종 논문 및 발표자료들을 통해 방탄재와 방호기술의 발전 추세와 성능개량 요소들을 개략적으로 예측하고, K계열 전차의 장갑 성능개량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 중 몇 가지를 기술하였다.
장갑 구조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재료는 장갑용 판재, 세라믹, 복합재료 등이며, 방호력 요구조건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소재를 조합하여 장갑을 구성한다. 이러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장갑을 복합장갑이라고 부르며, 장갑용 판재 사이에 세라믹이나 복합재료를 채워놓은 형상으로 알려져 있다(그림 2. 참조9)). 대구경 위협에 대한 방호를 위해 사용되는 세라믹은 경도가 높아 운동에너지탄의 탄자를 마모시키고, 금속재보다 조직의 붕괴속도가 느린 특성으로 화학에너지탄의 메탈제트를 교란하는 역할을 하는 등 기존의 장갑용 금속 소재보다 방호 측면에서 월등한 성능을 가진다. 세라믹을 방호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대부분 알루미늄 옥사이드(Al2O3) 종류를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고강도 세라믹10)들이 개발되고 있다. K계열 전차 역시 세라믹 소재를 이용한 복합장갑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 적용된 세라믹 소재를 방호 효율이 높은 최신의 고강도 세라믹으로 대체하여 방호력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전차 개발 선진국들은 제한된 크기와 중량 내에서 복합장갑의 방호력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소재 자체의 성능 향상도 중요하겠지만, 이종소재의 배열을 통해 급격한 밀도 변화를 준다거나, 관통단계 별 탄자의 속도를 예측하여 최적의 소재를 배치하는 등 구성 및 구조의 변화를 이용한 방호구조 기술 적용도 고려 대상이다.
첫 번째 적용 가능한 기술은 세라믹 구속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세라믹 구속은 세라믹 재료에 얇은 금속재료로 모든 면을 감싸는 형식의 구조체를 만들어 적용하는 방법으로, 관련 연구11)에 따르면 구속되지 않은 세라믹에 비해 효율이 약 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3. 참조)
두 번째 적용 가능한 기술은 경계면 정체 효과12)를 이용하는 것이다. 탄자가 고경도 세라믹의 경계에서 충돌할 때 충격파에 의해 세라믹의 내부부터 항복 파쇄되어 표면으로 전파되는 동안 탄자가 마멸(eroding)되면서 관통이 잠시 중단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운동에너지탄의 관통자13)가 표적체와 초고속 영역의 일정 충돌 속도 구간에서 발생하는 정체 현상(그림 4. 참조)으로 표적체인 세라믹 소재의 특성과 관통자의 잔류속도 관계를 해석하여 최적의 배열구조를 구성하여 복합장갑의 방호 효율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경사 장갑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상당히 오래 되었으나, 전차의 내부공간 확보 문제, 신형 운동에너지탄의 고속화로 인한 도탄 기대효과 감소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수직 형태의 장갑 채용으로 변화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일부 전차는 외부에 추가로 부착하는 부가장갑(또는 증가장갑) 형태를 경사 형태로 제작하여 장착하기도 한다.14)
또한 복합장갑 내부의 소재 적층에도 경사효과를 적용하여, 소재의 경계면 각도를 조정해 관통자의 이탈을 만들거나, 편주각(yaw)15)을 발생시킴으로써 관통력 저하를 유도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의 전차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기간이 투입되는 신형 전차의 개발보다 기존 전차의 성능개량을 통해 운용 기간을 늘리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독일은 M1A3전차와 Leopard3전차의 개발을 유보하고 기존 M1A2 전차와 Leopard2전차에 대한 성능개량을 통해 개발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여 자국 전력화 및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지속적인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화력 및 기동력, 방호력 등에 대한 다양한 신기술을 축적하였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수출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고 수요국의 요구조건에 적합한 다양한 사양의 전차를 생산하여 수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80~90년대에 개발된 장갑을 장착하고 있는 K1계열 전차가 북한 및 주변국의 최신 대전차 무기체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갑성능개량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K2전차 역시 최근 제기되고 있는 수출 가능성을 고려할 때 구매 대상국은 현재보다 더 높은 장갑 방호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장갑 성능개량에 관련한 선행연구가 필요하다.
전술한 장갑 방호력 증대 방안의 검토를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시험평가가 필요하다. 전차의 대구경탄에 대한 장갑 관통시험은 비용이나 시편제작 기간의 제한이 크므로, 축소구조를 이용한 다양한 소재에 대한 성능시험과 관통 시뮬레이션 결과 간의 피드백을 통해 기초 데이터를 확보하고, 실제 형상의 복합장갑에 대한 소재 및 구조 최적화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K1A1전차 및 K2전차의 개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갑 개발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기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은 K1A1전차 및 K2전차의 복합장갑 개발 경험을 보유한 만큼 기 개발된 국내 방호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장갑재 및 방호기술 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K1계열 전차의 방호력 증강을 통해 승무원의 생존성 증대 및 전력증강을 달성하고 K2전차의 방호력 보강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