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6
No.05WEBZINE
현대의 전장은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 NCW)이라 일컬으며 다양하게 발생하는 여러 전투 요소를 네트워크로 연결, 전장 상황을 공유하고 전투력의 효율성 향상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보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군의 네트워크는 속도, 생존성, 보안성 등 다양한 가치를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개념들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국방부에서는 All IP 기반의 통합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군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통신망(유선, 공중, 위성 등)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예시로, 미국의 국방통신 기술 관련 학회 MILCOM에서는 해군 함정 네트워크에서 이용 가능한 다수의 위성망을 SDN 스위치를 이용해 정합하는 기술을 발표하였다. 이렇게 여러 망을 정합하게 되면 다중경로를 동시에 이용하여 전송속도를 높일 수 있다. 국방 분야 이외에서도 5G 네트워크 또는 특수목적의 네트워크에서 다수의 망을 이용해서 끊김 없는 통신을 지원하거나, 음영지역을 줄이는 기술들이 제안되는 추세이다. 요약하자면 다수의 네트워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신 통신기술 연구의 주요 경향이 되고 있다.
서론에서 언급하였듯이 다양한 통신망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통신망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망 통합 운영의 예시로, 다매체 다중경로 적응적 네트워크(Multi-Media Multi-Path Network; MMMP로 후술) 기술을 들 수 있다. MMMP 기술은 글쓴이가 속한 ETRI 국방ICT융합연구실에서 약 4년간(2017-2020년) 연구개발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모든 유휴 통신인프라 자원을 활용하여 active-active mode로 최적의 망을 선택하는 기술이다. 다시 말해, 국방정보통신망에서 사용 가능한 유선망(M-BcN), 위성망, 마이크로웨이브망 등을 통합하여 사용하여 다수 망을 동시에 사용하는 이득을 얻는 기술이다. 다음 <그림 1>은 MMMP 시스템을 운영할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보여준다.
여러 가지 망을 active-active mode로 동시에 활용했을 때의 효과는 자명하다. 부하분산을 통해 특정 망의 포화를 방지하고, 망 장애 상황에서 빠르게 대체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데이터를 여러 망으로 나누어 보내면 일부 망이 도청되어도 정보를 보호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 최적화 기술을 도입하여 망을 선택 전송하면 전체 망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전송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MMMP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3가지의 서브시스템이 필요하다. 우선 망을 통합하여 전송을 담당하는 모듈이 필요하다. 이를 MMMP 게이트웨이로 명명한다. 이 외에도 게이트웨이의 설정 정보를 관리하고 망 운용자의 관리를 돕는 MMMP 매니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네트워크 최적화를 수행하는 MMMP 정책제어 모듈(Policer)도 필요하다. 본 원고에서는 글쓴이가 주로 담당한 정책제어 모듈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MMMP 정책제어 모듈에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각각 망의 상태를 파악하고, 사용자·서비스에 따라 적절한 경로를 선택한다. MMMP 게이트웨이를 통해 네트워크 품질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상태를 학습하여 경로의 포화를 예측한다. 그 뒤 경로의 포화가 적게 발생하는 경로를 추천한다. 요약해서 경로의 포화를 예측하는 알고리즘, 경로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총 2가지의 알고리즘이 적용되었다. 경로의 포화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은 순환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 RNN)을 사용하여 시계열 정보로부터 포화를 예측하도록 설계하였다. 경로를 최종적으로 추천하는 알고리즘은 앞서 순환신경망에서 얻은 경로 선호도와 운용자 요구사항을 함께 고려하여 룰(rule) 기반으로 추천하도록 개발하였다. 몇몇 정보들은 특정 망을 통해서만 유통되어야 한다는 등 국방정보통신망의 운용에서는 다양한 규칙들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마지막 망 추천의 결과는 확률을 통해 망을 선택하는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이 아닌 룰 기반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도록 개발하였다.
MMMP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제 망에서의 적용 시험을 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기존의 최적화 알고리즘과는 다르게 학습 알고리즘이 설계자의 의도대로 동작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전체 시스템의 유기적인 기능 동작을 확인해보기 위해 연구개발의 3차년도, 4차년도에는 실제 동작하는 망에 MMMP 시스템을 연동하여 경로 선택 결과를 확인하였다. 3차년도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NIA)이 운영하는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KOREN)의 서울-판교-대전 구간, 서울-수원-대전 구간, public 인터넷 망 3가지의 망을 이용하여 알고리즘의 동작을 검증하였고, 4차년도에는 국군지휘통신사령부에서 유선망 2개 경로, 위성망, 마이크로웨이브망 총 4가지의 망을 연동하여 시험하였다. 그 중 본 원고에서는 3차년도 KOREN 망 연동시험 결과를 제시한다.
<그림 3>은 KOREN 연동시험의 전체적인 구성도를 보여준다. MMMP 게이트웨이를 서울과 대전에 각각 두고, KOREN 1 망은 서울-판교-대전 구간을, KOREN 2 망은 서울-수원-대전 구간을 지나게 했다. 전체 시스템의 나머지 구성요소(매니저, 정책제어 모듈 등)들은 대전 구간에 두고 시험을 수행했다. 정책제어 모듈(<그림 3> 상 Policer)은 게이트웨이로부터 품질 정보를 수집해서 적절한 경로를 추천한다. 이 때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정책제어 모듈의 결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므로, KOREN 1 망에 임의로 트래픽을 발생시켜 망이 포화되도록 실험하였다.
<그림 4>는 KOREN 망 연동시험 결과를 보여준다. 위의 그래프에서 x축은 시간을, y축은 각 경로의 지연시간(round-trip-time: RTT)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그래프와 같이 각각 망의 지연시간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형태를 보인다. 하지만 특정 망에 부하를 가해서 포화되면 <그림 4>에서 표시한 부분처럼 지연시간이 크게 올라간다. 알고리즘의 동작은 지연시간이 올라가기 전(미포화 상태)과 지연시간이 올라갔을 때(포화 상태)의 경로 추천 결과를 비교하여 검증하였다.
<그림 4>의 아래의 제시된 표는 각각의 경우에 대해서 경로 추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표에서 프로파일은 서비스 프로파일을 뜻하며 각각 A서비스, B서비스, …, H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표에서 KOREN 1에 A서비스가 매칭되어 있으면 A서비스는 KOREN 1 망을 이용하여 전송한다는 뜻이다. 포화가 발생하기 전에는 KOREN 1 망이 많은 서비스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KOREN 1 망이 지연시간이 제일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KOREN 1 망을 지나가는 트래픽이 증가할수록, 지연시간이 상승한다. 알고리즘은 상승된 지연시간을 통해 포화를 감지하고, 기존 KOREN 1 망에 할당되었던 서비스를 다른 망으로 옮긴다. <그림 4>에서는 KOREN 1 망에 할당되었던 A, B, C, D 서비스가 포화를 감지한 이후 A, C 서비스는 KOREN 2 망으로, B, D 서비스는 Public 망으로 이동되었다. 결과적으로 MMMP 정책제어 모듈은 망의 지연시간 품질을 보고 포화를 파악하여, 상황에 맞게 서비스와 경로를 적절하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연결 결과에 따라 전체 망의 전송효율이 달라지므로, 네트워크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다.
MMMP 시스템은 KOREN, 국군지휘통신사령부에서 연동시험을 통해 어느 정도 기능적인 동작을 검증받았지만, 실제 운용되는 망에 적용되기 위해서 더욱 개발이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먼저 앞서 알고리즘 설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종적으로 망을 추천하는 것은 룰 기반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 부분에 실제 망 운용자의 요구사항을 더욱 반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사항과 망 선택 제약 조건들을 잘 반영하면 더욱 세밀한 경로 추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다양한 연동시험 환경이 추가로 필요하다. 현재 시험한 환경은 망 변화가 많지 않은 환경에서 수행된 경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향후 더욱 동적인 환경에서 시험이 수행된다면 알고리즘의 동작을 확실히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인공지능 알고리즘 연구하는 연구자의 측면에서 보자면, 해당 분야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의 포맷 규격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이러저러한 데이터가 존재할 것이다’ 또는 ‘데이터를 수집해서 학습한다’는 가정을 두고 알고리즘을 개발하였지만, 알고리즘의 실질적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트레이닝용 데이터와 테스트용 데이터를 이용하는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종류가 많고 하나의 알고리즘에서도 파라미터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성능 차이가 발생하는데, 실험실 레벨에서의 데이터만으로 개발하기에는 실제 환경에서의 특성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을 trial-and-error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끔 규격화된 데이터가 존재한다면 연구 분야도 활성화되고 더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방정보통신망의 통신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기술 중 하나인 다매체 다중경로 적응적 네트워크(MMMP) 기술을 소개하였다. MMMP 기술은 다중경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네트워크 관리 기술로서 전체 통신망의 속도, 보안성,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본문에서는 기술의 주요 요소 중 인공지능을 이용한 정책제어 부분을 주로 다루었고, 실제 망과의 연동시험 결과를 통해 성능 검증 결과를 설명하였다. 연동시험에서 어느 정도의 기대효과를 입증했지만, 실제 국방정보통신망에 적용되기까지는 다양한 시험 절차·요구사항 수렴을 통해 좀 더 사용자 친화적인 시스템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이런 과정들이 적절히 이루어져 본 MMMP기술이 연구결과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국방분야에서 활발하게 실용화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