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6
No.05WEBZINE
국방분야 연구개발 프로세스는 기술에 대한 개발과 체계에 대한 개발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 1>과 같이 기술에 대한 개발은 기술 성숙도에 따라 기초연구, 응용연구, 시험개발의 단계로 진행되며, 무기체계나 전력지원체계의 개발은 탐색개발, 체계개발, 양산의 단계로 진행된다. 시험개발의 단계에 진입한 기술 중에서 적용 대상체계가 있는 기술은 체계개발 또는 양산 단계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물리, 화학 등의 기초 학문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기술 분야와 비교하여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며, 발전속도에 부합하게 체계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기술의 조기 진부화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즉, ICT 분야는 연구개발의 기획에서 전력화(운영) 단계까지의 획득 주기를 단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동시에 사용자 중심으로 연구개발 결과물을 관리해야 한다.
자료: 본 기고자 작성
일반 국방기술개발사업처럼 국방ICT 연구개발 프로세스의 단계는 <표 1>과 같이 기획, 계획, 집행 및 평가, 성과관리 및 활용의 4단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 단계별로 개선이 필요한 현안들이 존재한다.
기획 단계에서는 현재의 상향식(bottom-up) 기획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향식(topdown) 기획이 포함된 하이브리드 기획(hybrid planning) 방식의 필요성을 언급할 수 있으며 국방 분야에서 기존에 수행하고 있는 연구개발 사업과의 중복성 또는 연계성에 대한 이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계획 단계에서는 R&D 과제의 대상이자 결과물인 기술에 대한 사전 검토를 위한 군 내외부 전문 기술지원 이슈를 언급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전문가 조직(CoE: Community of Experts)의 도입 및 운영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군 후속사업인 국방실험사업1)을 통해 시제품을 개발하여 군 적합성/운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국방 내부 계획 반영 이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행 및 평가 단계에서는 사업 주관기관인 각 군/기관의 사용자(수요자)들이 국방ICT R&D 사업 추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참여 이슈를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R&D 과제별 평가 시 군 후속 사업화 연계를 촉진하고 활용 가능성을 제고하는 차원의 평가 항목을 추가/강화하는 평가 강화 이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과관리 및 활용 단계에서는 국방ICT R&D 사업의 결과를 교훈(lessons learned) 형태로 군 내외부에 공유하여 산·학·연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이슈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사업의 과정과 성과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전자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운영 이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고에서는 기획과 계획, 그리고 평가 단계의 현안을 중심으로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단계 | 현안사항 종합 |
---|---|
기 획 |
상향식 기획의 한계 국방 R&D 사업과의 중복성 또는 연계성 이슈 |
계 획 |
R&D 기술 검토를 위한 전문 기술지원 또는 전문가 조직(CoE) 이슈 군 후속사업(국방실험사업) 계획 수립 |
집행 및 평가 |
사업 주관기관(각 군/기관 사용자)의 참여 강화 군 후속 사업화 연계/활용 가능성 관점의 평가 강화 |
계 획 |
방 ICT R&D 사업의 결과(교훈) 공유 국방 ICT R&D 사업 성과의 모니터링 및 관리 시스템 운영 |
국방ICT R&D 사업은 F년도에 과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F+1년도에 과제를 기획하여 RFP(제안요청서)를 확정한 후 F+2년도에 과제를 착수하는 사업이며, 수요조사로 제안 후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 후에 R&D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중장기 사업이다. 현재 과제기획 활동은 통상 상향식 수요조사에서 시작되며, 전담기관이 군·산·학·연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하여 과제를 종합하고 과제선정위원회를 통해 후보과제를 선정하는 단계까지 해당된다.
그런데 이러한 국방ICT R&D 사업의 상향식 기획 프로세스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상향식 수요조사는 기본적으로 국방의 환경을 이해하고 기술의 동향 및 수준을 파악하고 있는 제안자가 많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군/기관에 기술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 조직이 없거나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군 내부의 기술수요 제안은 어려운 실정이다. 즉 각 군/기관과 군 내부 연구기관의 수요제안이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타 부처 산하 연구기관과 민간 산·학·연의 수요제안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둘째, 타 부처 산하 연구기관이나 민간 기업은 국방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으며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낮은 수준이다. 일부 군 관련 연구 조직을 갖추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변화하는 군 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동시에 갖추기는 어려우며 정부 출연예산이 아닌 연구과제중심제도(PBS: Project Based System)를 채택하고 있는 연구기관은 국방 분야에 특화된 연구조직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그리고 민간기업은 국방부 업무나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동시에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낮기 때문에, 국방ICT R&D에 대한 유용한 아이디어 제안이 기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셋째, 기술 수요조사에 대한 보상이나 유인책이 없기 때문에 군의 환경에 적합한 동시에 활용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제안할 수 있는 제안자의 참여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안자가 해당 연구과제 확정 후 연구 주관기관으로 제안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가점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사업 추진 시 사용자(군 운용부대) 참여가능 과제를 우대하고 있으나, 사용자에 대한 산학연의 접근 채널이 개방되어 있지 않고 폐쇄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참여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우며 이는 R&D의 최종 성과보다는 수행 가능성에 초점을 둔 기술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R&D를 위한 R&D가 수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R&D 결과가 군에 활용되지 않고 개별적인 결과로 끝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국방 분야 기술기획은 고도의 전문성과 국방 업무에 대한 다년간의 경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역량을 확보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국방부/방위사업청 산하 연구기관(KIDA, ADD, 기품원)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연구기관(ETRI, KIST 등)에 재직 중인 연구자를 중심으로 전문가 조직(CoE)을 구성하거나 신규 조직을 설립하여 기술의 기획과 평가까지 전담 임무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는 IITP 내에 국방 기술기획 전문팀을 신설하여 개방형 직위로 공모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으며, 연구재단에 국방 PM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또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 가능하다.
둘째, 산학연의 국방 ICT R&D 진입을 활성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미 연방정부의 기타 거래 계약(OTA: Other Transaction Agreement)과 같이 R&D 사업이나 시제품 개발 사업을 기술력 있는 기업과 빠르고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군 내부 제안자의 수요조사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보상이나 유인책을 마련해야 하며, 산학연 제안자(특히 민간 기업)들의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광범위한 기술 분야에 대한 자유 공모 방식보다는 분야를 지정하는 지정 공모 방식과 자유 공모 방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소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정 공모 방식은 하향식(top-down)으로 접근하여 기술기획 전문가(예 : 연구재단/IITP PM)가 산학연 전문가와 협업하여 해당 분야를 지정하는 방식이며, 자유 공모 방식은 상향식(bottom-up)으로 접근하여 수요자, 개발자 등이 자유롭게 제안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 기술 수요조사를 위해서는 한국연구재단과 부설기관인 IITP에서 운영하고 있는 PM 제도를 국방ICT R&D 사업에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이 경우 국방ICT R&D 사업만으로는 PM 기획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국방ICT R&D 사업, 국방실험사업, 신속시범획득사업 등을 통합하여 기획하는 PM 제도 운영을 검토할 수 있다.
국방ICT R&D 과제가 성공적으로 종료된다고 해도, 현행 프로세스는 해당 과제 결과물의 후속 사업화를 보장하지 못한다. 국방ICT R&D 과제의 사용자(수요자)인 각 군/기관이 후속 과제에 대한 소요를 기획하여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과제종료 후에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하는 경우, F+6년에 신규 과제로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시적인 신기술 도입 및 활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즉, 국방ICT R&D사업 중에서 국방실험사업, 신속시범획득사업으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지 않고 바로 본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술 성숙도가 높은 기술개발 과제라고 해도 현재의 프로세스와 관행에서는 본 사업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방ICT R&D 사업의 유형에 따라 기초연구나 응용연구 성격에 해당하는 과제는 과제 종료 후 시제품 개발이나 시범적용을 위한 사업인 국방실험사업으로 추진하는 절차를 관련 법령과 행정규칙에 명시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실증적 성격에 해당하는 국방ICT R&D 사업은 과제를 진행하면서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하는 작업을 병행하여 과제 종료 후 가능하면 빠르게 후속 과제를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국방중기계획의 신규과제 반영 시기를 감안하여 국방ICT R&D 사업의 후속사업 추진을 위한 별도의 펀드(기금)을 조성하거나 국방실험사업의 일부를 후속사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국방ICT R&D 사업의 결과에 대한 검증 프로세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 시험평가 프로세스(개발시험평가, 운용시험평가)의 틀을 참고하여 신기술 특성과 군 운영개념을 고려한 검증 및 평가 방법론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애자일(Agile) 개발 프로세스와 같이 최소기능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개발하고 반복적으로 이를 검증하는 동시에 MVP를 확장하여 진화적으로 개발하는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
그리고 신기술에 대한 기술성 및 운용성 검증을 위해서 R&D 제품을 실증하고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각 군/기관에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테스트베드는 군 이해관계자를 포함하여 외부의 산·학·연 연구자/개발자에게도 개방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방형 연구개발 플랫폼은 국방ICT R&D 사업에 참여하는 군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연구개발 주관기관에서 개발한 제품 또는 기술에 대한 알파테스트와 베타테스트에 참여하여 해당 제품/기술의 군 활용성을 수시로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방 ICT 연구개발 사업 결과물의 군 활용 촉진을 위한 핵심성공요인은 조직과 인력(People), 프로세스(Process), 기술 개발의 결과인 제품(Product) 등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조직과 인력 관점에서 국방ICT 전문 조직과 지식과 경험을 구비한 인력이 필수적이다. 국방ICT 전문 조직은 국방 ICT 사업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역할 외에도 군 내부의 사용자(각 군/기관)과 수시로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며, 군 내부뿐만이 아니라 군 외부의 산·학·연 연구자와도 개방형 협력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특히, 전문 조직을 구성하는 인력은 민간의 전문인력을 개방형 직위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미국의 기술분야 혁신 조직인 DIU(국방혁신단), DDS(국방디지털서비스국) 등은 민간 전문가의 비중이 높으며 이는 혁신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프로세스 관점에서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품 중심의 접근방식을 취하는 애자일 프로세스를 국방ICT R&D 사업 프로세스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초기 단계부터 군의 사용자가 참여하여 기술에 대한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이를 전문가 그룹에서 검토하는 형태가 적절하며, 군의 사용자가 물리적 위치에 상관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태스크 포스(T/F) 방식을 활용하여 군 사용자의 이동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제품 관점에서 R&D 사업 중에서 실증이나 시범적용 유형에 해당하는 시제품 개발형 R&D는 최소기능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 개념으로 빠르게 시제품을 개발하고 반복적으로 이를 검증하는 절차로 진행되도록 R&D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