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No.08, 2022/09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보는 소형 항공우주무기의 비대칭 효과 정해욱 공학박사
gozipchu@aerosolutions.co.kr, ㈜에어로솔루션즈 연구위원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대대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전략·전술적인 대응은 비대칭전력의 효율성과 통합된 전쟁지도력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의 침공을 종합적인 정보에 근거하여 예측하고,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사전 경고를 전달하여 대비하도록 한 서방측의 지원과 함께 우크라이나 최고지도부와 국민들의 국가수호에 대한 강력하고 단합된 의지가 단기적으로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의 양상을 바꾼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서방의 지구관측 위성영상과 우크라이나가 운용한 무인기 등을 활용하여 수집한 정보를 통해 러시아 군의 전개와 전투상황에 대하여 우크라이나가 속속들이 파악한 것이 매우 주효했다.

  전자·통신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에 의해 마이크로 혹은 미니급 소형위성의 개발이 과거 대비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미국· 러시아와 같은 군사 및 우주 강국들만의 전유물이었던 20~30cm급의 고해상도 전자광학/적외선(EO/IR) 영상 및 합성개구레이더(SAR) 영상을 이제는 마이크로/미니 위성의 정찰(관측) 임무탑재체를 통해서 얻는 기술이 확산 및 보편화되었고, 이로 인해 핀란드의 아이스아이(Iceye)와 같은 우주 벤처기업 혹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출현하여 가성비 높은 체계를 구축하 였다.

  이들 우주 벤처기업들의 위성들은 궤도상 수명은 대형위성에 비하여 길지 못하지만, 다수의 소형위성을 군집형태로 운용하여 목표지역에 대한 정찰주기를 몇 시간 단위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

  대·중형 위성들은 동일 지역 상공의 재통과 (revisit) 주기가 몇 주씩에 달하며, 경사촬영을 하더라도 동일 목표지역에 대한 정찰주기는 매일 1~2회에 불과하고, 수동센서(passive sensor)를 탑재한 전자광학 위성의 경우 목표지역 기상 상태에 크게 종속되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수준의 영상은 연간 80여일 정도만 획득할 수 있다. 또한 대·중형 위성들은 태양동기 궤도를 보편적으로 채택하여 매일 특정시간대, 대개 지역시각으로 오전 9시~정오 특정시각에 통과하므로 정찰표적측이 위장 혹은 기만수법을 통하여 잘못된 정보를 고의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아울러 대·중형 위성들은 향후 우주전이 발생되면 우선 적으로 추적 및 공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이크로파 소자와 부품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기상 상태와 주야간에 종속되지 않고 정찰을 할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 탑재체의 소형화(크기, 질량과 전력소모) 역시 달성되어 능동센서(active sensor)를 소형 위성에도 탑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방부(DOD)와 미공군, 영국 국방부(MOD) 등은 현존하는 소형위성 기술들을 이용하여 소형 정찰위성 군집을 운용하려는 단·중기 계획들이 매우 활발하게 수립·실행되고 있다. 소요총비용과 체계존속시간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러한 소형위성 군집이 기존 중·대형 위성보다 더욱 유리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실용 우주기술 보유국들의 공통적인 추세이다.

<그림 1> 아이스아이 SAR위성(좌)과 초소형 나노위성 군집(우)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하여 우리는 통신망의 유지가 전술 전개에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재확인 할 수 있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육상 기간 통신망을 파괴하였음에도 우크라이나는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인터넷망 서비스를 이용하여 C4I체계를 존속함으로써 항전을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넵튠 지대함 미사일에 의한 러시아의 대표 기함 모스크바함의 격침은 스타링크가 없이는 불가했으므로 러시아는 민간 상업회사인 스페이스X를 상대로 스타링크 위성의 파괴 및 통신장애를 포함하는 우주전을 선포하기까지 하였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상에 배치된 총 2천기의 소형위성을 통하여 초고속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재 북미, 호주 대륙, 유럽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십기의 통신중계기가 달린 대형 정지궤도 통신위성은 상대적으로 ASAT(Anti-SATellite)전에 취약하며, 손실 시에 위성통신망 대부분이 심각한 타격을 초래한다. 반면에 소형 통신위성은 피격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소형 통신위성의 기능(임무)을 다양화할 수 있으며 현재 보편적인 마이크로파 기반 통신은 물론 우주 레이저 통신도 보다 용이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멀지 않은 장래에 본격화될 우주전에서 좋은 대비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부터 미공군은 미국방 통신위성 망은 물론 ‘공중 및 육상 통신체계의 다양성’ 확보전략 하에 고등전장관리체계(Advanced Battlefield Management System)에 스타링크를 활용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소화기를 주로 이용한 게릴라전술에 바탕을 둔 베트남전, 아프가니스탄전과는 또 다른 차원의 비대칭전력의 효과를 검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거대 전함이 종말을 맞은 것처럼 대기갑 무기체계가 소형·고성능화에 이루어짐에 따라 주력전차(MBT)가 매우 취약해졌다는 사실을 목도함에 따라 이제 보병과 병참의 적극적인 지원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력전차가 도태될 우려가 있다. 주력 전차의 장갑 보강은 동력장치, 현가장치로 인한 한계를 지니며 능동방어 또한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므로 스팅어, 재블린과 같은 고성능의 대기갑 유도무기 등을 운용하는 소규모 전투조직의 비정규전 전술 발달과 더불어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이러한 추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는 것이 소·중형 공격용 무인기임을 확인하고 있다.

<그림 2> 터키 바이락타르 TB2 무인기(좌)와 UMTAS 레이저 유도 대전차 미사일(우)

  대공사격 훈련목적으로 1927년 영국해군에 출현한 무인기는 1951년 라이언 BQM-34 제트 표적기를 거치면서 그 기반기술이 확립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감시정찰 및 공격용 무인기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유인기에 비하여 전투인력 손실이 없으며 총 운용비용이 낮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지만 그 동안 고성능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하여 옴으로써 획득비용도 치솟고 있다. 예를 들어 기체와 지상국 등을 포함한 MQ-1(Predator) 체계의 경우 기체는 현재 대당 70억원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공격용 MQ-9 리퍼 (Reaper)의 경우 최대이륙중량(MTOW)이 약 5톤에 달하며 무장 시 항속시간은 14시간, 항속 거리는 3,800km에 이르는 등 글로벌전 개념에 알맞은 무인기다 보니 대당 500억원에 근접하는 고가 무기가 되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도하였듯이 국지 전에서는 무장 시 항속시간과 항속거리가 짧고, 최대이륙중량도 더 작더라도 감시정찰 및 대지 공격, 항공근접지원(CAS)에 적합한 가성비 높은 공격용 무인기가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여실히 나타났다. 터키의 바이칼사가 이러한 교리에 적합하도록 10년에 걸쳐서 개발하여 2014년 자국군에 전력화한 무인기인 바이락타르 TB2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대이륙 중량 630kg, 임무장비 및 무장중량 150kg에 4기의 레이저 유도 스마트 소형 활공탄(Smart Micro Munition) MAM(중량 22kg/탄)이나 4기의 레이저 유도 UMTAS 대전차 미사일(중량 37kg/탄) 혹은 이들 혼합조합을 장착할 수 있다. 바이칼사의 설립자이자 항공우주공학자 인 바이락타르가 공기역학, 항공구조역학 및 비행제어까지 모두 선도하여 자체 설계 및 개발· 양산한 순수 터키산으로 동일 구성시(보통 4대의 무인기와 지상국 1세트로 구성) 획득 총비용은 MQ-9 체계획득 총비용의 1/10에 불과하다. 기체는 대당 60억 정도이며, 운용 및 후속지원 비용이 월등히 낮다.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의 주력전차들을 포함한 기갑무기체계를 무력 화하여 대대적인 주목을 받아 카타르, 사우디를 비롯한 인접국들의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성공의 바탕에는 국지전술에 적합한 기획, 설계를 토대로 소형 감시정찰 임무 탑재장비 등 제반 소요부품의 자국산화 달성과 함께 무엇보다도 바이락타르 무인기에 탑재 할 수 있는 소형 유도무기의 자국산화와 탑재무 장관리체계(Store Management System)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지전에 적합한 공격용 무인기는 소구 경무기(SDW. Small Diameter Weapon. 직경6인치, 혹은 150mm 이하의 무기체계)를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무인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나, 대부분 전기모터 동력에 집중되며, 국내업체들의 설계능력 및 소요품 국산화율은 아직까지 높지 않다. 순수 전기동력은 아직도 실제 전장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며 획득 및 유지보수비가 내연기관에 비하여 월등히 높고, 충분한 수준으로 기술이 성숙되기에는 갈길이 멀다. 따라서, 무인기의 자국산화를 위하여 소형 왕복동 엔진 및 소형 가스터빈(터보샤프트)의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 소형 무인기의 임무효율과 가용성 향상을 위해서 장시간 지속적인 임무수행에 필요한 동력공급체계로서 하이브리드 동력체계가 바람직하다. 직렬·병렬·직병렬 하이브리드 동력 체계의 구현을 위하여 내연기관과 탑재발전기의 커플링, 전력변환 및 분배에 관한 기술정립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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