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No.07, 2022/03

휴대용 발전기,미래 전투력의 핵심 아이템이다 윤경용 공학박사
xperado@yonsei.ac.kr, 페루 산마틴대학교 석좌교수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장식품으로 사용하던 호박을 헝겊으로 문질렀더니 먼지를 끌어당기는 현상이 생기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사실을 통해 서로 다른 종류의 물체를 마찰시키면 각각의 물체는 전기적 성질을 띠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 전기를 ‘마찰전기’라 부른다. 전기는 영어로 ‘electricity’라 하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어로 호박(amber)을 뜻하는 ‘elektrn’에서 유래되었다. 기원전 200년경 중국의 한나라 시대에는 천연자석이라 불리는 자철석이 발견되어 나침반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1752년 미국의 프랭클린은 유명한 연실험을 통해 번개는 전기를 방전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번개를 전기로 모을 수 있는 장치로 피뢰침을 발명했으며 ‘배터리’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배터리란 전기를 모아서 저장하고 이를 끄집어내어 쓸 수 있는 장치를 말하는데, 역사상 가장 오래된 배터리로 추정되는 것은 1932년 독일인 빌헬름 쾨니히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근교 유적에서 발견한 ‘바그다드(Baghdad)’이다.

  이 바그다드는 2,0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구조는 현대의 배터리와 유사하다. 높이 약 14cm, 직경 약 8cm의 작은 항아리에 원통형 구리판을 넣고 그 중심에 철 막대기를 꽂아 전체를 아스팔트로 밀봉했는데, 구리판이 양극, 철 막대기가 음극, 포도식초(Wine Vinegar)가 전해액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식 배터리의 원형은 1800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볼타에 만들어진 ‘볼타전지’이다. 묽은 황산액을 전해액으로 하여 구리와 아연을 양극과 음극으로 사용한 가장 간단한 형태의 전지였다. 전지, 즉 배터리는 이처럼 전기에너지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저장하였다가 필요시에 다시 전기에너지 형태로 변환해주는 편리한 장치인데, 이는 사용 후 다시 충전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1차 전지와 2차 전지로 나뉜다. 1차 전지는 충전이 불가능한 일회용 건전지를 말하고, 2차 전지는 충전이 가능한 전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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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전지는 상당히 긴 역사를 갖고 있는데, 1859년 프랑스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가 납(Pb)과 묽은 황산을 넣어 개발한 ‘플랑테 전지’가 바로 최초의 2차 전지인 ‘납축전지’이다. 납축전지는 신뢰성과 경제성이 높아 지금까지도 자동차용 배터리로 쓰이고 있지만 너무 무거워 휴대용 전자기기용으로는 도저히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휴대용 기기를 위해 개발된 배터리가 니켈-카드뮴(니카드) 전지였다. 니카드 배터리도 문제점이 없지 않았는데, 배터리를 사용을 하지 않아도 전기가 사라져버리는 자가방전 현상이나, 충방전을 계속하다 보면 충전용량이 점점 줄어드는 일명 ‘메모리 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보완한 니켈-수소 전지가 나왔지만,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1년에 리튬-이온 전지가 개발되어 빛을 보지는 못했다.

  니카드 배터리 채용으로 벽돌 크기만큼 커서 ‘벽돌폰’이라 불리었던 초기 휴대폰을 현재 크기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공헌이 크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전자기기에는 리튬-이온이나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전기자동차에도 18650, 16340 등으로 불리는 손가락 굵기의 건전지 형태의 리튬-이온전지가 7,000여 개 장착되어 자동차의 동력원을 구성한다.

  그러나 지난 200년간 전기전자 기술 역사상 가장 발전 속도가 느린 분야가 바로 배터리이다. 당장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오히려 전기전자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말았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처럼 휴대성과 이동성이 뛰어나야만 하는 전자기기는 배터리의 무게와 크기 그리고 정형화된 모양 때문에 디자인과 크기의 한계에 부딪히고 전기차의 경우도 짧은 주행거리와 수명으로 엄청난 제약을 받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ICT 기기의 발전속도를 못 따라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충방전의 핵심인 전해질을 구성하는 소재의 한계 때문이다. 그 효율을 단 1%라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연구가 병행되고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소재나 혁신적인 충방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배터리 성능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액체 상태인 전해질을 고체 상태로 구성한 리튬-폴리머 배터리나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되고 있지만, 이는 획기적이라기 보다는 성능개선과 안정성을 확보한 정도에 그친다.

  이론상 리튬-이온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가 없지만 실제로는 매우 흡사한 문제가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메모리 효과처럼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즉, 배터리를 300회 이상 충방전 하면 내부저항이 증가하여 충전속도는 느려지고 방전속도는 초고속이 되는 것이다. 또한 추운 날씨에 노출되면 수 십 초 이내로 배터리가 바닥난다. 추운 날씨 때문에 배터리 속의 원자들의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은 이 문제를 감추기 위해 휴대폰 성능을 느리게 했다가 들통이 나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전기자동차는 겨울철 주행거리가 다른 계절에 비해 20~30%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에 언제 갑자기 방전되어 버릴지 아무도 보장을 할수 없다. 이로 인해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전기 자동차도 자체의 문제보다는 배터리 문제로 인해 기기 자체나 자동차를 바꿔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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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전력을 현대화하기 위한 필수 고려사항도 바로 배터리 기술이다. 군 현대화 추세로 인해 군용 장비나 무기뿐만 아니라 병사 개개인을 위한 전기에너지원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장비, 드론을 포함한 무인항공기(UAV), 야간 작전 투시경, 개인통신장치 등 병사들이 사용하는 장비의 대부분을 위한 에너지원으로서 배터리가 필수 장치인 것이다.

  그런데 배터리는 반드시 충전을 하여야만 충전된 만큼의 전기를 쓸 수 있다는 특성이 존재한다. 게다가 지금 군에서 사용하는 군용 배터리는 대부분 1차 전지이다. 즉 재충전을 하여 쓰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쓰고 교체하는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전자장치를 작전기간 내내 사용할 만큼 배터리를 준비한다면 그 무게나 크기는 휴대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미 군용 배낭에는 여분의 군복과 탄약, 수류탄, 무전기, 야전침구, 판초우의 등 전투에 필요한 물품들로 가득하다. 야전에서 공격이나 방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면 무기와 장비를 휴대하고 신속히 이동하는 것이 필수이다. 만약 무거운 배터리까지 병사 개인 휴대품에 포함된다면 이동성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시에 야전에서 충전을 위한 전기를 외부로부터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한편으로는 얼마 전 군용 리튬 1차 전지의 폭발사고로 전투력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였다. 리튬은 전기 밀도는 높지만 물질 자체가 불안정하므로 항상 폭발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탄약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 리튬 1차 전지를 사용하는 한 폭발사고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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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튬 1차 전지 대신에 미군이 군용 배터리로 사용하고 있는 금속공기전지로 대체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현재의 기술 개발 수준으로 보았을 때 적절한 대체재일지 검토가 필요하다. 금속공기전지는 아연, 알루미늄, 마그네슘, 철 등 활성금속을 음극으로, 공기 중의 산소를 양극으로 사용하여 친환경적이지만 분극과 부식문제로 인해 유일하게 아연공기전지만이 실용화되었다. 그러나 재충전 시 응집과 집적화 현상에 의한 내구성 감소 및 출력 불안정으로 충방전 사이클 수명이 매우 짧아 2차 전지로는 실용화가 어려워 1차 전지로만 사용되는 제한이 있다.

  상기 사항을 종합하면 결론적으로 군용 에너지원으로는 배터리 보다는 휴대용 발전기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는 수소연료전지나 압전 발전기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검토되어야 한다. 수소연료전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배터리가 아니라 발전기이다. 수소나 메탄올이 공기와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 원리는 1839년 영국의 윌리엄 그로브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지만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상용화되었다. 미국 NASA는 우주선 제미니와 아폴로에 전기와 물을 공급하는 장치로 AFC(알카리형)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였는데, 현재까지도 우주선의 전원장치에 활용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이후 지속적인 개발을 이어오고 있는데, 1세대형은 AFC를 비롯 PAFC(인산형)이, 2세대로는 MCFC(용융탄산염형), 3세대인 SOFC(고체산화물형)이 개발되었으나 AFC 를 제외한 PAFC, MCFC, SOFC 기술은 동작온도가 수 백도에서 1,000도에 이르는 고온형이라 작동온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수 일이 소요되어 모빌리티 적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대부분 500~1000기압에 이르는 고압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므로 연료의 공급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 기술들 대부분은 고정되어 있는 전기 발전소의 발전기 등으로 상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4세대로 개발된 PEMFC(고분자 전해질막형)는 50~100도 사이의 동작온도를 가지므로 즉시 사용할 수 있어 모빌리티에 적용이 가능하나, 800~1000기압의 고압축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충전 문제로 보급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에 반해 차세대로 꼽히는 DMFC 기술은 고압 수소를 연료로 쓰는 PEMFC나 SOFC, MCFC등과는 달리 상온에서 액체상태를 유지하는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고 동작 온도 또한 50~100도 사이를 유지하므로 휴대용으로 적용 가능하다. 그래서 500ml 생수병크기의 메탄올로 작전기간 내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압전 발전기는 지속적인 압력현상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발전기이다. 즉 발이 땅에 닿을때 생기는 충격에 의해 발전이 되는 것으로 기계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현상이다. 따라서 군화나 혹은 무릎 관절 등에 장치된 압전소자만으로도 발전이 가능하고, 또한 압전효과와 나노기술이 결합된 압전 나노 전력 발전 소자의 개발 성공으로 입고 다니기만 해도 전기가 발생되는 압전섬유도 개발되었다. 따라서 별도의 충전기 없이도 군복만 입으면 발전이 되는데, 이러한 융합형 발전기는 개인용 무전기나 조명, 야간 투시경 등 다양한 군용전자기기의 에너지원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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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휴대용 발전기가 실제 국방분야에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무기체계 위주의 획득시스템과 우수 민간기술의 군용 전환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은 고도의 ICT 산업발전 시대에서는 민간기술이 무기체계든 전력지원체계든 구분없이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국방기술이 민간에 이전되는 스핀오프(spin-off) 보다는 반대의 경우인 스핀-온(spin-on)이나 민군이 협동으로 개발에 참여하는 스핀업(spin-up)이 촉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미래 전장양상도 대대적으로 재편될 것이 자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미래 전망과 기술예측 기반으로 전략적 국방기술 R&D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우수 민간기술을 활용하여 지속적인 국방기술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획득시스템을 구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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