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고No.06, 2021/11

미래 과학기술 기반의 군사력건설 프로세스 개선 방안 제언
- 국방전력발전업무기본법 제정을 중심으로 -
박영욱 이사장/학회장
kidet@kidet.or.kr, (사)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환경 변화에 따른 국방전력발전 업무체계 개선의 필요성

  조짐은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호탄으로 이제 전세계는 본격적인 군비 경쟁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 대응 예산의 과다지출에도 불구하고 국방안보예산만은 예외적으로 순증하여 전년 대비 4.1% 증가한 7,730억달러(약 943조600억원)를 의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연안국, 그리고 중동과 유럽지역도 군비 확장대열에 동참하고 있고, ICBM 시험발사와 핵무장 등으로 북한의 군사적 공세수위 역시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처럼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주변국 군사력 증강 추세 속에서 이에 대응할 첨단군사력 건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 또한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전세계 군비확장 추세

  그러나 이러한 군사안보적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극복 관련 의료와 복지예산 급증 등보다 긴급한 추가 재원이 요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국방부문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기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한정된 예산 내에서 요구되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도록 전력증강사업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업무의 절차와 제도를 최대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혁신적 개선을 추진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한편으로는 국제안보정세의 변화뿐 아니라 전력증강사업을 둘러싼 여러 측면의 정책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변화에 즉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 필요성도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하루가 다르게 첨단과학기술이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술발전의 성과를 즉시 전력체계에 도입하고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신속한 제도로의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전력증강 업무체계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요구와 필요성이 커지면서 우리 국방 분야는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군사력건설을 위한 전력증강 및 운영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업무를 공식적으로 국방전력발전업무(이하 전력발전업무와 혼용함)로 부른다.

  이 업무를 규율하는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은 전력발전업무를 “무기체계와 정보화체계를 포함한 전력지원체계에 대한 소요기획·획득·운영유지·폐기 등 전 수명주기에 걸친 관리와 그에 대한 정책 발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전력을 조성하는 업무”로 정의하고 있다. 풀이하자면 국방전력발전업무란 군사력 증강과 유지를 위해 각 군이 갖추어야 하는 군수품의 요구품목을 추리는 일, 즉 ‘소요기획’에서 시작하여 요구품들을 직접 개발하거나 국내외로부터 조달하여 군에 전달하는 ‘획득’, 조달받은 군수품들을 성능발휘에 문제가 없도록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유지운영’ 그리고‘군수업무’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정책 및 업무수행체계를 의미한다. 이 업무는 전력증강과 운영의 주체인 각 군을 포함하여 관련 이해관계자가 매우 다양하고 업무 범위 또한 방대하며 복잡도와 난이도 역시 어떤 분야의 행정업무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2> 국방전력발전업무 각 분야 별 관련 법령, 수행기관 및 소관 예산 현황

  국방전력발전업무는 시대에 따라 제도와 절차가 변화해왔다. 현재는 주로 각 군과 합참이 소요기획단계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군수품 중에서도 무기체계 획득업무인 방위력개선사업은 방위사업청이, 그리고 무기체계를 제외한 정보화체계와 전력지원체계의 획득은 국방부와 각 군이 담당하고 있으며, 획득 이후의 운영유지는 각 군이 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국방전력발전업무의 기본 법령체계와 제도 및 절차는 과거에 비해 전문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큰 폭으로 발전해왔고 분화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타의 공공부문에 비해 전력발전업무를 뒷받침하는 법령체계가 균형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소요기획부터 운영유지에 이르기까지의 단계별 절차와 조직 간의 단절로 연계성과 통합성이 미흡하고 지나친 투명성에 대한 대내외적 압박으로 담당기관 간의 책임성 소재 논란이 빈발하여 원활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는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미래전장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여 첨단지능정보화기술의 군사적 적용이 현실화되면서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그리고 정보화체계가 혼합된 지능화 융복합전력체계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전력발전 제도나 절차의 단절성과 경직성, 비민첩성 때문에 신속한 첨단기술전력 획득과 배치에 어려움이 크다는 의견들도 점점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물론 그동안 담당기관들은 미래 과학기술기반으로 전력발전업무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으나 이제 그간의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반성적이고 비판적인 의견들을 수렴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국방전력체계의 틀을 바꾸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각 군을 위시한 이해관계자그룹의 요구를 바탕으로 미래 첨단전력 건설에 적합한 전력업무체계로 개선하기 위한 주요 법제 정비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가칭)국방전력발전기본법」 중심의 관련 법제 개선과 국방과학기술의 개념 재정립 제안

  현재 군수품의 소요기획·획득·운영유지를 포괄하는 국방전력발전업무는 법령체계상 하위 단계인 행정규칙이자 부 훈령인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 근거하여 시행되고 있는 반면, 전력발전업무의 일 부분인 무기체계 획득, 즉 방위력개선사업 업무는 법률인 「방위사업법」을 근거법으로 하고 있다. 즉 하위단계업무인 방위력개선사업이 사실상 최상위 법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고, 군수품 획득과 운영을 포괄하는 전력발전업무는 법령체계상으로 방위사업의 하위 법규의 지위에 머물고 있어 업무체계와 법령체계의 위계가 일관되게 구조화되어 있지 못한 일종의 행정업무와 입법체제의 도치 현상 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무기체계획득을 규율하는 「방위사업법」이 전력발전업무 전반을 대표하는 모법과 같은 역할과 위치를 점유한 불균형적인 법령체제는 최근 더욱 공고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방위사업청이 실질적인 주관부처로서 「방산기술보호법」과 「방위산업발전법」, 그리고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등의 분법화가 진행되면서 방위력개선사업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방위력 개선사업에 비해 소요기획과 운영유지, 그리고 무기체계 외의 전력지원체계 획득단계의 조직과 예산 등 여타 행정 거버넌스 기제가 상대적으로 미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그리고 소요와 획득, 운영유지를 엄밀히 구분하고 있는 현 제도에서는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전력증강사업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 가령 ICT 기반 지능화기술이 적용되는 융복합체계를 기술진부화 없이 신속히 개발, 획득하고 전력화 배치 이후에도 운영 간 데이터를 학습시켜 지속적으로 고도화시킬 수 있도록 획득과 운영단계를 연계하여 사업을 추진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위력개선사업 중심의 현 체제와 맞물려 방위력개선비와 전력운영비로 이원화된 국방예산체계 역시 첨단기술기반의 전력증강사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핵심기술을 비롯한 국방연구개발예산이 모두 무기체계 획득의 방위력개선비의 부문예산으로만 편성되고 집행되면서 소요기획과 유지운영단계 그리고 전력지원체계의 획득단계에서는 과학기술의 연구개발 예산과 활동이 보장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낙후되는 불균형한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무기체계 위주인 방위사업법이 제정된 이래 방위력개선사업의 국방연구개발 및 핵심기술예산의 편중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방위력개선사업 중심의 불균형한 법령구조로 인해 조직과 예산,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실질적 권한이 상위의 전력발전체계보다는 무기체계 획득업무로 쏠리면서 군사력증강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국방부의 조직과 전문성 확충 등 전력발전 거버넌스 기제의 효율적 작동과 운영에 제한이 생기고 전력업무 전 분야의 통합적이고 균형적인 발전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전력발전업무수행체계와 법령구조를 체계적으로 재정비함으로써 과학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요부터 운영유지 전반 의 원활한 전력증강사업 추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림 3> 국방전력발전업무 법체계 개선 방안

  가장 먼저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을 전력증강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가칭)국방전력발전기본법」 (혹은「(가칭)국방전력발전법」)으로 격상하여 법령계통체계의 통일성을 기하고 상위업무 관점에서 업무수행체계와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소요기획문서를 위시하여 국방기획관리절차에 의해 작성되는 전략문서들을 법정문서로 격상시켜야 한다. 국방기획관리 기본 방침 및 제반 절차에 대한 사항을 법 수준으로 상향조정함으로써 소요기획업무 역시 근거법령을 갖출 수 있도록 현 「국방기획관리훈령」을 「국방기획관리법(가칭)」으로 상향 법제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과거의 군수품 관리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군수품관리법」을 총수명주기 관점으로 개정함으로써 현재의 「방위사업법」 중심의 전력발전 법제를 제·개정을 통해 체계적이고 균형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은 법제화 정비의 필요성 이외에도 군수품이나 방산물자나 방위산업 등 전력발전업무수행의 근간이 되는 주요 핵심용어의 범주와 분류가 관련 법규마다 불일치하는 등 일부 법령체계의 통일성 결여로 관련 업무체계의 혼선과 중복성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법령 정비 또한 시급한 편이다.

  끝으로 국방과학기술 기반의 전력발전 법제화 개선을 위해서 현행 방위력개선사업 중심의 국방과학기술의 개념을 전력발전업무 전 범위로 확대하여 재정의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국방과학기술의 정의는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군수품의 개발, 제조, 개량, 개조, 시험, 측정 등에 필요한 과학기술(법 제2조 2항)”로 정의되어 있어서 무기체계나 전력지원체계의 획득단계에서 필요한 지식 도구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업무현장에서는 군수품 중에서도 주로 무기체계 관점으로 적용되는 ‘국방연구개발’의 개념과 유사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방위력개선사업 범위 내에서 연구개발 예산집행의 목적이자 대상으로서 국방과학기술이 제한적으로 기획·확보·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재의 국방과학기술의 개념과 정의를 “군수품의 개발, 제조, 개량, 개조, 시험, 측정 등에 필요한 과학기술 등에 필요한 과학기술이면서 동시에 이를 위한 군수품의 소요기획이나 운용유지 등 일련의 전력발전업무에 적용되거나 활용가능한 과학기술”로 보다 넓게 재정립할 것을 주문한다. 이처럼 국방과학기술의 정의가 확대·재정의되면 그간 주로 무기체계연구개발 단계에 국한되어 있던 국방과학기술의 주체와 대상도 확대될 수 있다. 소요에서부터 획득, 운용단계에 관여하고 있는 소요군과 개발자, 그리고 관리조직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군사력 증강업무수행의 주체로 격상되면서 진정한 국방과학기술 중심의 네트워크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첨단군사력 건설의 견실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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