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4
No.01WEBZINE
2020년이 시작되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COVID-19)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질병과 싸우기 위해서 각국은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군도 이 노력에 참여하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질병이 반복될 수 있는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 국가 기능의 일부인 군의 체계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국방 기술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2세균전(Germ Warfare), 생물학전(Biological Warfare), 생물재해(Biohazard), 생물학적 위협(Biological Threat) 등 의미가 중첩되는 다양한 용어들이 있다. 미생물(Microorganism), 세균(Bacteria), 병원체 또는 병원균(Pathogen) 등 구분이 어려운 용어들도 있다.
2생물재해는 「생물(주로 미생물)이나 생물로부터 파생된 물질이 외부 환경에 유출되는 재해1)」로 주로 의학이나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다. 세균전은 비공식적인 용어이고, 생물학전은 「인원, 가축 및 동물을 살상하거나 식물 및 물질을 손상시키거나 그러한 운용에 대하여 방어하기 위해 생물학작용제(Biological Agent)를 사용하는 것2)」 또는 「미생물, 식물 또는 동물 기원의 독소(toxin)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인간, 가축 및 작물에서 질병 및 사망을 유발시키는 것3)」으로 정의된다. 생물학적 위협은 「확산하여 발병시킬 수 있는 전염병4)」으로 폭넓게 정의되고 있다.
미생물은 대체로 10㎛ 이하의 작은 생물로서, 여기에는 원생생물(Protist, 예 : 아메바), 진균(Fungi, 예 : 곰팡이), 세균(Bacteria, 예 : 살모넬라 식중독균), 바이러스(Virus, 예 : 독감 바이러스) 등이 속한다. 병원균은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말한다. 독소는 「살아있는 세포나 생명체가 생성하는 독성물질5))」을 말하며, 벌침에 든 봉독부터 세균이 배출하는 것(예 : 보툴리누스 균은 사멸해도 독소를 남기므로 식중독에 걸림) 등 다양하다. 생물학작용제는 「인원, 동식물에 질병을 일으키거나 물질을 악화시키는 미생물 또는 독소6))」를 의미한다.
생물학전은 대체로 적국과의 전쟁에서 발생되지만 최근에는 테러 집단 및 범죄 집단도 어렵지 않게 생물학작용제를 사용하게 되어서 생물학적 테러(Bioterrorism)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전염병은 평시에 자연 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전쟁이든 테러든 환경적이든 병원균의 확산 형태와 피해 양상은 동일하므로 「생물학적 위협」이라는 정의를 상정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가. 이동 증가에 따른 위협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이동에 따라 감염이 확산된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교역과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병원균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나. 불량 집단으로의 유출 위협 오늘날 세계에서 천연두를 박멸하였다고는 하나 혹시 남아 있을 천연두균의 샘플이 불량 집단의 손에 들어가 악용되면 치명적일 수 있으며, 그러한 위험성이 있는 균들에는 탄저균, 에볼라 바이러스 등 여러 종류가 더 있다. 7) 생물학 무기는 가난한 집단에게 핵무기(the poor man's atom bomb)와 같은 위력을 갖게 할 수도 있다. 8) 강대국이 협약을 맺고 통제하려는 노력이 효과적이지 못하거나 실수에 의해 불량 집단에 유출될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 유전공학에 의한 새로운 위협의 발생 금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바이러스가 중국의 연구소에서 만들어져 유출되었다9)는 의혹이 있는 것과 같이 유전공학의 시도는 의도되지 않은 위협을 야기할 수 있다.
라. 당면한 위협 2018년 1월 미 의회에 보고된10) 바에 의하면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 전력 개발은 과시하면서도 화학·생물학 능력은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망명자로부터 탄저균과 천연두균 백신 접종을 받았다는 증언이 있고, 2015년 미 본토에서 오산 기지로 살아있는 탄저균을 민간 배송으로 보내는 실수가 언론에 노출된 뒤 김정은이 생물학 연구소를 방문하여 생물학 무기 능력을 과시하는 행동을 하는 등 국제 규범을 무시하는 집단이므로 북한의 생물학 무기 능력을 중대한 잠재적 위협(A Heavily Latent Threat)으로 식별하였다.
마. 국제적 협력의 한계 금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입국 금지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 시 미국도 호주, 영국, 캐나다 등으로부터 도움 요청을 거부당한 사례가 있으며11), 전염병 앞에서 국가 간 협력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미국 RAND 연구소는 국가안보를 위하여 환경 생물학탐지(Environmental Bio-detection)와 인체 생물학감시(Human Bio-surveillance) 기술의 연구 개발을 제안한 바 있다. 12) 이 두 가지는 생물학 위협에 대처하는 주접근로가 될 것이다.
그런데 병원균이나 독소에 의한 사상자를 치료하는 방법은 의학 분야의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방어적 생물학전의 대부분은 치료이므로, 일반 무기체계 운용 기술은 유용하지 않다.
화생방전(CBRN)이라는 용어와 같이 생물학전이 화학전과 핵 및 방사능전과 통합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화학병과 인원이 주로 담당한다. 예방과 치료는 의학 기술임에도 화생방전에서 의무병과의 역할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생물학전에서 생물학탐지는 기존 화학병과에서, 생물학감시 및 치료는 의무병과에서 담당하여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한다. 의무병과는 환자 치료에서 나아가 생물학전에서 역학조사(epidemiologic survey)를 주도하고, 임무 수행에 기반한 환자 관리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화학, 핵 및 방사능 전에서는 피해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지만, 생물학전에서의 피해가 되는 감염 여부 파악은 상당한 의학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생물학전 수행에서 화학 및 의무 병과는 융합 운용되어야 한다.
병원균의 감염 경로 식별 및 차단, 병원균 매개체 식별 및 박멸 또는 회피 기술은 개인 수준으로부터 작전술의 수준까지 체계화된 군사 기술로 확립되어야 한다. 13)전투원의 면역력을 생물학전 수행을 위한 중요한 능력으로 식별하여 백신 주사 접종을 발전시켜야 한다. 전쟁 계획에서 백신 접종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
감염 예방을 위한 위생 습관과 소독 활동을 생물학적 방어 수단으로 식별하여 행동 수칙을 개발하고, 소독 물자 및 소독 방법을 발전시켜야 한다.
병원균은 아군과 적군,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감염되므로 작전 지역에 있는 아군 군인만 치료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군인, 민간인 심지어 적군까지도 고려한 대응책이 필요하며, 국가 수준의 의료 자원과 통합한 활동 절차를 정립해야 한다. 국방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14년에 생물학전 및 생물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였는데, 상징적 협조가 아닌 실질적이고 상시적인 통합 활동 체계를 구축 운용해야 한다.
생물학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수준의 대비태세는 세계보건안보(Global Health Security) 개념으로 확립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가입한 세계보건안보기구(GHSA)가 전염병이 창궐하는 세계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에 설립되어 각 나라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6개 분야의 보건 역량을 평가하고 종합하여 세계보건안보지수(GHSI)를 산출 발표하고 있다. 2019년도에 평가된 세계보건안보지수 종합점수에서 우리나라는 9위로 선진권(Most Prepared)에 들어 있다. 14)
위에 열거한 능력들 중 군 임무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하여 군의 활동 목표를 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미 RAND 연구소의 조언과 같이 「조기발견 및 보고(탐지 – 보고 - 데이터 분석 및 통합 – 전파)」를 위한 작전개념 발전이 당면한 과제로서 탐지 범위 확대 및 정밀도 향상을 위한 탐지체계의 기술 향상 및 수량 증대, 화생방 탐지 부대와 정보 부대의 협동 작전 능력 제고 등이 필요하다. 「강건한 보건체계」의 일환으로 전 군사 요원의 백신 접종을 추진하고, 의무 시설 및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국가 취약성 감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군의 능력 및 정부/사회 기관과의 협력 역량을 키워야 하겠다.
금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를 겪으면서 군이 방역, 환자 치료 등에 참여한 경험과 우리나라 전체의 노력을 교훈으로 하여 생물학전 발생 시 충분한 방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국제 협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우리나라가 가진 취약성을 찾아서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배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