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동향No.01, 2020/04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기술,
우리 군(軍)의 미래 비전을 뒷받침한다.
주병권 교수
bkju@korea.ac.kr,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현재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은 반도체와 함께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 효자 산업입니다.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인텔 등과 선두를 다투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디스플레이 산업도 기술과 생산량 그리고 수익 등 다양한 기준으로 단연코 세계 최고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면밀히 들어가 보면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라는 양대 산맥 중에서 메모리 분야는 확실한 1등이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아직은 미국 회사들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액정 디스플레이(LCD, Liquid Crystal Display)와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Organic Light Emitting Diode)가 양대 산맥인데 비록 얼마 전부터 LCD 분야는 중국에 1위를 내어주고 말았지만 OLED 분야에서는 확실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LCD는 이미 성숙된 기술이며 OLED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더욱 오랜 기간 동안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끌어갈 분야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OLED와 관련된 최첨단 기술을 독자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OLDE 기술도 언젠가는 시장이 성숙되어 기술우위 보다는 가격 수준과 물량 규모에 따라 산업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디스플레이 산업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이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내수 시장 규모에서 우리나라보다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과 성능은 언젠가는 한계 혹은 포화 상태에 이르므로 지금처럼 선두일 때 선두만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단지 성능 수준만을 향상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폼 팩터(form factor), 즉 디스플레이의 모양과 생김새를 진화시키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습니다. 더 얇고, 더 가볍고, 휠 수 있고(flexible), 접을 수 있으며(foldable), 말 수도 있는(rollable)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림 1>

  기존의 전통적인 디스플레이와는 개념이 다른 이러한 혁신적인 디스플레이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디스플레이가 생긴 이래로 지금까지 디스플레이는 휴대폰, 모니터 그리고 TV 등의 3대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폼 팩터를 다양하게 진화시키게 되면서 신개념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수 있는 응용 분야는 훨씬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예술 표현용 디스플레이, 의료 및 로봇 수술용, 웨어러블, 가상 및 증강 현실용(AR/VR), 스마트 윈도 및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들, 신개념 조명,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그리고 높은 내환경성을 갖춘 아웃 도어용 디스플레이 등 실내와 야외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폭넓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 중 군수용 디스플레이 분야의 활용성도 이전 대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혹은 앞으로 3년 이내에 완성될 플라스틱 기반의 유연 OLED 기술을 적용하여 개발된 휘거나 말고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미래병사체계에 적용되어 병사 개개인이 주변 상황을 인지 혹은 감시하고 정보를 받고 보내며, 장비들을 제어하는 용도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림 1. 디스플레이의 폼 팩터 변천

  전차나 전투기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헬멧 부착형(HMD, Helmet Mounted Display)이나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Head-Up Display)에도 공간이나 인체의 곡면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연 OLED 기술과 함께 어지러움을 막고 선명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높은 해상도와 고화질의 디스플레이가 채택되어 전투력을 증강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굳이 폼 펙터가 진화되지 않더라도 이미 OLED 기술은 수 천 ppi(pixel per inch)급의 분해능과 자연색을 대부분 커버할 수 있는 색의 범위 그리고 현실과 별 차이가 없는 영상을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이 적용된 디스플레이는 개별 병사뿐만 아니라 부대원 등 다수가 함께 보는 상황판이나 모니터 등이 운용 장소와 악천후의 기후 환경 등과 무관하게 장시간 동안 성능수준이 지속될 수 있을 정도로 신뢰성이 보장될 수 있습니다. 개인 병사의 휴대성, 간편성, 조종사들의 편리함과 정보 제공 능력 그리고 공공장소나 실외에서의 가독성, 내구성 등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아울러 낮은 전력 소모로 장시간 작동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기의 기술적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디스플레이 기술역량이 충분하여 기술 부족으로 인한 제약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군수용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민수 기술이 군사용 기술로 원활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민군 간에 상호 정보교류와 기술협력 여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게 됩니다.

그림 2. 군수용 디스플레이의 일례 (HMD, HUD, 상황판 등)

  원천기술은 이미 개발되고 있고, 군이 원하는 추가 기술의 확보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군수용 디스플레이에 대해 전투훈련이나 전장에서 요구되는 스펙과 용도가 명확하게 제시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개발자들이 기술개발 로드맵을 만들어 조만간 군이 원하는 수준까지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모바일 기기로부터 초대형 T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소비자가 만족하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적용 분야가 군수용으로 변경되더라도 이에 대응하는 기술들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그 동안 LCD를 지나서 OLED에서 세계 최고 선두권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나가가서는 양자점 디스플레이(QLED, Quantum-dot Light Emitting Diode)와 마이크로 LED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를 지속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분야의 산학연과 군과의 교류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된다면 우리 독자적인 기술로 우리 군의 미래 비전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3>

그림 3. 한국이 선도할 현재, 그리고 미래의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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